한국산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 폭락 사태와 관련해 사기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발행사인 테라폼랩스의 전·현직 직원들을 무더기로 출국금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검찰은 직원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으로 해외에 있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1) 소재 파악에 나서는 등 본격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2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전날(20일) 이 회사 전직 직원 A 씨를 한 달간 출국금지하는 등 전현직 직원 10명 안팎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권 대표가 사실상 해외로 도피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직원들의 출국 가능성도 있다고 본 것입니다. 지난달 테라와 루나가 폭락하자 국내 투자자들은 권 대표와 공동창업자인 신현성 티몬 이사회 의장 등을 사기와 유사수신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A 씨는 테라와 루나 발행 당시인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테라폼랩스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는 테라 코인을 예치하는 투자자에게 19.4%의 이자를 주는 ‘앵커 프로토콜’ 구조를 설계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출국금지된 일부 직원들과 출석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찰은 권 대표가 테라, 루나의 폭락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고도 발행해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웠는지, ‘돌려막기(폰지 사기)’ 방식으로 투자자들에게 19.4%의 이자를 지급했는지 등을 조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검찰은 최근 테라폼랩 전직 개발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권 대표에게 테라와 비슷한 구조인 ‘베이시스 캐시’란 코인 설계 당시 ‘이런 구조의 코인은 추후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베이시스 캐시는 테라 이전에 이 회사가 발행했던 가상화폐입니다.
검찰은 또 테라폼랩스의 탈세 의혹을 조사했던 서울지방국세청의 조사 자료를 영장을 통해 가져오는 등 자료 확보에 나섰습니다. 앞서 지난해 국세청은 권 대표가 테라와 루나로 인한 수익을 조세회피처로 빼돌린 사실을 포착해 500억여 원의 추징금을 부과했지만 형사고발하진 않았습니다. 검찰은 권 씨의 소재가 파악되는 대로 국내 송환을 위한 국제 공조에 나설 방침입니다.